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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계란껍데기 번호, 산란계 복지를 말하다

by 골든마운틴 2025. 6. 25.

계란은 국내에서 연간 약 140억 개 이상 소비될 정도로 일상적인 식재료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계란 소비량은 약 278개로, 하루에 거의 한 개 이상을 먹는 셈입니다. 그러나 마트에서 무심코 집어 드는 계란 한 판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살던 닭으로부터 왔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껍데기 위에 적힌 숫자 하나가 그 닭의 삶을 말해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글에서는 산란계 등급, 계란 껍데기 숫자의 의미, 그리고 소비자 선택이 동물복지와 인간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봅시다.

난각번호, 산란계 복지를 말하다

 

1. 동물복지란 무엇인가?

동물복지(Animal Welfare)란 동물이 고통 없이, 본능에 맞는 행동을 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닭닭에게는 날갯짓, 모래목욕, 횃대 휴식 등이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기존 케이지 사육에서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닭은 A4용지보다 좁은 공간에서 햇볕 한 번 쬐지 못하고 알을 낳다 폐사하기도 합니다.

202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6.2%가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동물의 권리를 넘어, 건강한 식생활과 지속가능한 축산을 바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합니다.

그리고 동물복지는 곧 인간복지로 이어집니다.

  • 스트레스가 적은 닭이 낳은 계란은 살모넬라균 감염률이 60% 이상 낮습니다.
  • 항생제 사용률이 낮고, 위생 환경이 좋아 식중독 예방 효과도 큽니다.
  • 환경적으로도 케이지 사육보다 배설물 오염, 악취, 질병 전파 위험이 낮아 지역 주민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2024년 7월 기준,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국내 농가는 총 469곳, 이 중 산란계 농장이 247곳으로 절반 입니다. 이는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실제 생산 구조에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산란계 등급과 난각표기

2021년부터 시행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에 따라, 모든 계란에는 10자리 난각번호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등급 사육환경 설명
0 유기 방사 사육 닭 한 마리당 야외 1㎡ 이상, 실내 0.14㎡ 이상, 유기농 사료, 항생제 미사용
1 방사 사육 닭 한 마리당 야외 0.8㎡ 이상, 실내 0.075㎡ 이상 제공
2 평사 사육 닭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우리 내 사육, 실내 0.05㎡ 이상 확보
3 배터리 케이지 사육 철제 케이지 내 0.045㎡ 미만의 좁은 공간, 이동과 행동 severely 제한

이 표기는 계란의 생산 시점, 농장 정보, 사육방식까지 소비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식중독 발생 시 신속한 회수에도 유용합니다.

 

3. 동물복지 인증 마크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제도로, 가축이

고통 없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사육 환경과 관리 기준을 정해 이를 충족한 농가에 부여하는 인증입니다.

산란계의 경우, 다음과 같은 주요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케이지 사육 금지, 일정 이상의 실내·실외 활동 공간 확보
  • 횃대, 모래목욕, 둥지 설치 등 본능적 행동을 위한 환경 제공
  • 정기적인 건강 및 위생관리, 질병 예방 시스템 구축
  • 사료 및 급수 시설의 위생 관리

인증 농가는 1년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며, 기준 미달 시 인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인증 제품에는 ‘동물복지 축산 인증 마크’가 부착되며, 이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해당 제품의 사육 환경을 보증한다는 의미입니다.

 

✔   소비자 체크포인트

숫자 1이나 2라고 해도 인증이 없으면 복지 수준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인증 마크가 있다면 일관된 기준과 관리 하에 사육된 농장의 계란임을 의미합니다.

☞  껍데기 숫자가 0 또는 1이고, ‘동물복지 축산 인증’ 마크가 함께 있으면  복지 수준이 높은 계란입니다.

 

4. 가격 vs 윤리, 현실적인 선택

2025년 6월 기준, 일반 계란은 평균 *30개 한 판에 약 7,000원(개당 약 233원)*입니다. 동물복지 인증 계란은 개당 약 350원~400원으로 평균 1.5~1.7배 정도 비쌉니다. 0등급 유기 방사 계란은  개당 600~700원 수준으로 일반 계란 대비 2.5배에서 3배 가까이 비쌉니다.

이는 유기농 사료 사용, 항생제 미사용, 넓은 방사 환경 등으로 인해 생산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식품 안전성, 환경 지속 가능성, 동물복지 실현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실제로 동물복지 계란 유통량은 2021년 대비 3.3배 증가했고 점점 더 많은 유통업체에서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가격과 제한된 판매처로 일반적인 소비자는 동물복지 계란을 사먹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정책의 뒷바침 없이는 유통량 대폭적인 확대는 어렵습니다.

 

✔  동물복지 계란 유통 확대를 위한 제안

  • 공공기관 및 학교급식의 우선 사용 확대: 공공조달 기준에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포함하여 수요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 생산 농가에 대한 지원 확대: 방사·유기 사육 전환을 위한 인프라 설치비, 사료 지원, 인증 비용 보조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 프리미엄 제품 차별화 마케팅: 건강, 안전, 환경이라는 가치를 강조하여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 소비자 인식 캠페인 강화: 마트, 온라인몰, SNS 등을 통해 난각표기 이해와 복지 계란 구입법을 쉽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5.  한 알의 계란으로 만드는 공존의 미래

계란 껍데기 숫자와 인증 마크를 확인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하는 일은 동물복지 개선의 출발점입니다.

한 번 더 라벨을 읽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일로 시작되는 동물복지 제품의 구입의 증가는 공급 확대를 위한 생산 인프라 확충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계란 한 알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동물의 삶, 환경의 건강, 나의 안전까지 연결된 순환의 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