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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외국영화 5선

by 골든마운틴 2025. 6. 23.

“장애는 불편함일 뿐, 불가능은 아니다.”

우리가 평소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어쩌면 너무 연민하거나, 혹은 너무 외면하고 있진 않았을까요? 오늘은 그런 우리의 시선을 살짝, 아니 크게 바꿔줄 장애를 주제로 한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합니다. 단순히 감동을 주는 것을 넘어,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안겨줄 이 작품들. 한 편 한 편 보고 나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보일지도 몰라요.

 

1. 『레인 맨 (Rain Man, 1988)』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외국영화 5선

📌 형제의 기억, 그리고 숫자의 언어

  • 감독: 배리 레빈슨          
  • 주연: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넌 몰랐겠지만, 너에겐 형이 있어.”

냉철한 사업가 찰리는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요양원에 있는 자폐 형, 레이먼드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유산을 돌려받기 위한 계산이었지만, 미국을 횡단하는 그들의 여행은 조금씩 형제라는 이름의 감정을 복원해 나갑니다.

더스틴 호프만의 전설적인 연기와 함께, 자폐성 장애가 ‘교감 불가능한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 시대의 명작.

√   명대사

“I’m an excellent driver.”
“난 운전 정말 잘해.”

찰리와 레이먼드가 차 안에서 갈등을 벌일 때, 레이먼드는 똑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이 대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레이먼드가 자신의 세계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는 방식을 상징합니다.
그는  이 문장을 반복적으로 말하며, 자신의 질서와 자율성을 주장하고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교감의 시작이 열립니다.

 

 

2.『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2019)』

📌 소리를 잃고, 평화를 듣다

  • 감독:   다리우스 마더
  • 주연: 리즈 아메드, 올리비아 쿡

“청각을 잃는 건 음악을 잃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얻는 것이었다.”

메탈 드러머 루벤은 갑작스런 청력 상실로 모든 걸 잃은 듯 느끼지만, 청각장애 공동체와의 만남 속에서 점차 ‘침묵의 깊이’를 알아가게 됩니다. 인공와우 수술이라는 기계적 회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루벤의 여정은 상실에서 회복이 아닌, 변화와 수용의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청력을 잃었지만 내면의 소리를 되찾은 주인공을 통해 삶의 균형과 수용의 의미를 묻습니다.

√   명대사

“That’s not silence. That’s stillness. And that’s peace.”
“그건 침묵이 아니야. 그건 고요함이야. 그리고 그건 평화야.”

청력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던 루벤은 끝내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소리를 ‘되찾지만’, 그 소리는 기계적이고 왜곡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결국 보청기 장치를 꺼버리고 세상의 소음을 차단한 채 고요한 공간에 앉습니다.
그 순간, 그는 ‘침묵’이 아닌 내면의 평온함을 처음으로 느낍니다. 이 대사는 루벤이 청각장애를 결핍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존재로 받아들였다는 것, 그리고 상실이 아닌 수용을 통해 도달한 평화를 상징합니다.

 

 

 

3. 『코다 (CODA, 2021)』

📌 소리 없는 세상과, 노래하는 소녀

  • 감독: 션 헤이더
  • 주연: 에밀리아 존스, 트로이 코처, 마르리 마틀린

청각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소녀, 루비. 그녀는 가족의 통역자이자 가장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한 소녀입니다. 가족의 기대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루비의 선택은, 당신의 가슴을 조용히 흔들어 놓습니다.

이 영화는 단지 ‘감동적인 장애 가족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통이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진짜 성장 영화입니다.

√   명대사

“If I could hear me, I would love it.”
“내가 나 자신을 들을 수 있다면, 분명히 사랑하게 될 거야.”

 청력을 잃고 삶의 균형을 다시 찾아가는 루벤의 내면을 함축한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청각을 잃은 후에야 자기 자신의 진짜 목소리, 즉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겉의 소음을 잃고서야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역설적인 순간이죠.

 

4. 『나의 왼발 (My Left Foot, 1989)』

📌 왼발 하나로 쓴 인생의 시

  • 감독: 짐 셰리던
  • 주연: 대니얼 데이 루이스, 브렌다 프리커

전신이 마비된 채 태어난 크리스티 브라운. 그는 단 한 곳, 왼발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왼발 하나로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세상과 맞섭니다. 단 한 줄의 문장도 혼자 쓰지 못하던 아이가 어떻게 예술가, 작가, 인간으로 성장했을까요?

실화 바탕의 이 영화는 ‘할 수 있는 것’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   명대사

“All my life, I’ve been different.”
“나는 평생 남들과 달랐어요.”

이 짧은 한마디는 크리스티 브라운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진심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신체는 비정상일지 몰라도, 그의 생각과 감정은 누구보다 뚜렷했습니다.

이 대사는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었던 그의 고독과 자부심이 동시에 녹아 있습니다.

 

5. 『언터처블: 1%의 우정 (The Intouchables, 2011)』

📌 간병인을 넘어선, 인생의 동반자

  •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 주연: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

전신마비 귀족 필립과, 형식도 예의도 없는 흑인 청년 드리스. 전혀 다른 배경과 삶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은, 장애와 계급을 초월한 진정한 우정으로 이어집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유머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는 시선’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이 영화는 장애를 동정이나 희생이 아닌 상호 존중과 유쾌한 교감으로 풀어냅니다.

√   명대사

“No pity. That’s not how I see you.”
“동정하지 않아요. 난 당신을 그렇게 보지 않아요.”

이 짧은 한마디는 장애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담고 있습니다.

필립은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정의 대상이 되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드리스는 그를 장애인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대사는 필립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전환점이자, 두 사람의 관계가 진심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장애를 보는 ‘눈’이 아닌 ‘마음’을 바꾸는 영화들

이 다섯 편의 영화는 공통적으로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중해야 할 삶의 다양성으로 그립니다. 편견을 깨는 것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당신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