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다룬다는 건 결국 ‘사람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아래 다섯 편의 한국 영화는 장애를 단순히 극복의 서사나 불쌍함으로 소비하지 않고, 삶 속에 녹아든 ‘다름’을 이해하게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가진 ‘정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편협한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1. 『말아톤 (Marathon, 2005)』
📌 26.2마일, 세상과의 거리
감독: 정윤철
주연: 조승우, 김미숙
자폐성 장애를 지닌 청년 ‘초원’은 마라톤을 통해 세상과 연결됩니다. 반복적인 말, 낯선 자극에 대한 민감함, 초원이 가진 고유한 세계는 처음엔 낯설지만 관객은 점차 그의 리듬과 감정에 동화됩니다.
그가 세상을 향해 뛰는 순간, 우리는 장애를 넘어선 한 사람의 꿈을 보게 됩니다.
√ 명대사
“초원이 하고 싶은 거 해. 엄마가 도와줄게.”
장애를 가진 자녀를 향한 ‘보호’의 틀을 넘어, ‘자립과 선택’을 인정하는 부모의 변화가 담겨 있습니다.
2. 『오아시스 (Oasis, 2002)』
📌 불편한 진실 속에서 피어난 사랑
감독: 이창동
주연: 설경구, 문소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려는 관계.
출소한 전과자 ‘종두’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공주’는 세상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들이지만, 서로를 통해 진짜 ‘존재의 감각’을 되찾습니다.
이 영화는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지를 거칠고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 명대사
“넌 내 오아시스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 이 사랑은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합니다.
3. 『증인 (Innocent Witness, 2019)』
📌 진실을 보는 눈, 믿음으로 열리는 마음
감독: 이한
주연: 정우성, 김향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지우’는 살인사건의 목격자. 그러나 법정에서는 ‘정상적인 인지 능력’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그녀의 증언은 평가절하됩니다.
변호사 ‘순호’는 그녀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장애를 향한 자신의 편견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이해는 동정이 아니라 존중임을 일깨우는 영화.
√ 명대사
“나는 거짓말 못 해요. 거짓말은 나쁜 거니까요.”
지우의 이 말은, 세상의 복잡한 계산과 이익을 떠나 가장 단순하고도 명확한 정의감을 보여줍니다.
4. 『그대를 사랑합니다 (Late Blossom, 2011)』
📌 늦은 사랑도, 다름없는 인생도 모두 아름답다
감독: 추창민
주연: 이순재, 김수미, 송재호
삶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노년의 사랑.
시각장애를 가진 ‘순이’는 조용히 자신만의 감정과 삶을 이어갑니다.
이 영화는 장애를 강조하거나 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마치 바람처럼 스며들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진하고, 더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 명대사
“당신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이 말은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고백이자,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위로입니다.
5. 『나는 보리 (Bori, 2018)』
📌 내가 ‘정상’이라서 외로운 아이
감독: 김진유
주연: 김아송, 황유림
강릉의 작은 마을. 보리는 청각장애를 지닌 가족 속 유일한 비장애인입니다. 오히려 그녀는 그 속에서 혼자만 ‘다르다’는 감정을 느낍니다.
이 영화는 장애가 없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장애를 가진 가족과의 관계, 소통, 소외를 보여주며 관객의 마음을 조용히 울립니다.
√ 명대사
“엄마, 나도 못 듣고 싶어.”
보리의 말은 단순한 투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감하고 싶다는, 함께하고 싶다는 가장 순수한 바람입니다.
장애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니까요.
이 다섯 편의 한국 영화는 장애를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다룹니다. 누군가는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며, 다르게 살아갑니다.
장애란 곧 다른 방식의 삶이지, 비정상도, 비극도 아닙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익숙했던 편견을 벗고, 더 깊은 공감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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