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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지원제도

주 4.5일제,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열쇠?

by 골든마운틴 2025. 6. 24.

 노동시간과 복지, 그 상관관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시간 노동 국가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52시간보다 약 150시간 이상 많습니다. 많은 국민이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는 가운데, ‘삶의 질’과 ‘복지’는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떠오른 ‘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무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 제도는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으로, 개인의 시간 회복을 통한 자율적 복지 실현을 가능케 합니다.

 

주 4.5일제,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열쇠?

 1. 노동시간 단축은 왜 복지인가?

노동시간 단축은 피로 회복 차원을 넘어 삶의 구조를 바꾸는 복지 혁신입니다. OECD는 ‘시간 복지(Time Welfare)’라는 개념을 통해, 여가와 휴식을 개인의 기본권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시민은 금요일 오후라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간은 정신건강 관리, 육아, 부모 돌봄, 지역사회 활동 등 복지 기능이 강화되는 자기 주도적 시간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복지정책의 패러다임도 ‘직접 지원’에서 ‘환경 조성’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복지의 주체로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적 기반을 제공하는 주 4.5일제는 ‘시간 중심 복지’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복지 사각지대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제도가 아무리 정비되어 있어도, 실질적인 접근이 어렵다면 복지는 실효를 거둘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계층이 대표적입니다:

  • 1인 가구 고립층: 사회적 연결망이 단절되어 위기 대응이 늦어짐
  • 워킹맘과 돌봄 노동자: 생계와 육아를 병행하느라 복지 서비스 접근이 어려움
  • 고령 독거노인: 복지 정보를 접하거나 신청하는 데 장벽이 있음
  • 자영업자 및 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등의 제도권 복지에서 배제됨

이들의 공통점은 ‘시간 부족’입니다. 대부분의 복지 서비스는 평일 주간에만 운영되기에, 일상적인 업무와 충돌해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3. 주 4.5일제는 어떻게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가?

(1) 자기 돌봄 기회 확대

정신건강 상담, 건강검진, 복지 상담 등 공공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금요일 오후의 여유는 그동안 미뤄왔던 건강 문제 해결의 기회가 됩니다.

(2) 비공식 돌봄 기능 회복

가족 간 돌봄 여력이 확보되며, 초등 방과 후 돌봄, 노인 간병 등 사적 돌봄 공백이 줄어듭니다. 이는 돌봄 부담의 사회화 이전에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합니다.

(3) 지역사회 활동 참여 촉진

주민센터, 복지관, 평생교육시설 등의 이용이 활발해지며, 시민은 단순한 복지 수혜자가 아닌 공동체 복지의 참여자가 됩니다.

(4) 고립 예방과 정서 안정

1인 가구 및 은둔형 고립층에게는 사회적 접촉이 치유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주 4.5일제는 이러한 접점을 만드는 데 효과적입니다.

 

 4. 도입 현황과 국내외 사례

서울시와 경기도는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에서 주 4.5일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67개 민간기업과 6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참여 기업에 월 최대 26만 원 임금 보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제도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44개 지표를 활용한 정량 평가도 병행 중입니다.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58.1%가 주 4.5일제 도입에 찬성하며, 제도에 대한 사회적 수요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로는 다음이 대표적입니다:

  • 아이슬란드: 2015~2019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주 4일제 시범 운영 → 생산성 향상, 스트레스 감소
  • 독일, 노르웨이: 유연근무를 통해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제도 통합 성과 도출

이들은 ‘단축 근무 = 생산성 하락’이라는 통념을 극복하고, 삶의 질 향상이 사회 전체 복지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한계와 정책적 과제

주 4.5일제는 분명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진보적 제안이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구조적 현실 때문에 해당 제도의 직접적 수혜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 서비스업 종사자: 대면 서비스가 핵심인 음식점, 미용실, 병원, 마트, 물류업계는 ‘금요일 오후 조기 퇴근’이 사실상 불가능
  •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곧 생존 문제
  • 플랫폼 노동자: 배달 라이더, 가사도우미 등은 개인의 노동 시간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여유 시간’은 곧 ‘수입 손실’
  • 농어업인: 날씨와 계절, 생물의 생애주기에 따라 노동시간이 결정되며, 인위적인 근무일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

이들에게 주 4.5일제는 ‘남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노동자들은  ‘법정 근무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일하고 있으며, 시간 단축보다는 안정된 수입과 사회보장제도 편입을 더 절실히 원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 소상공인 대상 고용보조금 확대 및 시간단축 유도 인센티브
  • 비정형 노동자 대상 주휴보장 및 사회보험 편입 지원
  •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선도적 시행 → 민간 부문 확산 전략
  • 지자체별 업종 특성에 따른 맞춤형 유연근무제 도입 권고

 선택의 여지가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복지는 진짜 복지가 아닙니다.  이 제도를 통해 소외 계층의 삶까지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시간은 새로운 복지다

단순히 재정지원 만이 아닌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의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복지입니다. 주 4.5일제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시간의 여유로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며, 국민 각자가 복지의 주체가 되는 길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얼마나 받느냐’보다 ‘어떻게 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주 4.5일제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복지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